서툴었던 첫 만남
북유럽 가는 길 feat.핀에어
인천공항을 가는 리무진 버스 안에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 오랜 기간 타국에 머물 예정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러한 오랜 비행시간은 첨이었기에
설레기도 하지만 많이 떨리기도 했던 것 같다.
항상 핀에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왜냐하면 핀에어를 타면 마리메꼬 어메니티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메꼬를 사랑하던 2015년의 나는 헬싱키로가는 다양한 노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핀에어를 타야만 했다.
혼자 출국하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더 오래 북유럽을 보고 싶었기에 직항 노선을 선택했다.
후에 만난 같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게 된 다른 친구들은 경유하는 비행기를 예매해서 중간에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들어왔다고 했다.
(미리 친해져서 비행기 같이 타고 올걸... 흑)
장시간 비행이었고 나는 화장실 빌런이었지만 창가자기를 고수했던 이유는 이런 뷰를 보기 위함이었다....(항공샷 is the love)
이때까지만 해도 불편해도 앉았던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핀에어 로고 디자인 너무 잘한 것 같아서 의미를 찾아보았다.
알파벳 F와 비행기의 실루엣을 조합하여 만든 핀에어 로고 엠블럼은 '항공 여행의 부드러움'을 나타낸다고 했다.
컬러는 북유럽의 자연의 순수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항공사의 로고가 타이포그래피와의 조화로 이루어진 반면 핀에어의 로고 디자인은 조형성만을 이용하여 심플하면서도 아름답게 디자인된듯하다.
예상대로 핀에어는 다양한 마리메꼬 어메니티를 주었다. 정말 하나같이 다 귀여웠다.
그중에 어메니티를 담아주던 파우치는 몇 년간 캐리어 속에 있다가 최근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맥용 배터리를 담기 위한 파우치로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다. 천으로 되어있어서 안전하진 않지만 오로지 예뻐서 들고 다닌다.
기내식은 정말 맛있었다.
매콤한 토마토소스가 버무려진 닭고기 그리고 감자구이에 가까운 튀김, 드레싱이 맛있었던 샐러드와 초코 브라우니까지
깔끔하고 맛있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였기 때문인지 석수 물과 벌꿀 고추장도 줘서 더 좋았다.
마리메꼬의 패턴이 그려있는 냅킨을 바닥에 깔고 먹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인천 공항을 떠나 하늘을 비행 중에 한 번 승무원 분에게 물을 떠달라고 요청을 했었다.
좌석이 맨 구석 창문 좌석이었기 때문에 나가기 불편해 당연히 도움을 줄줄 알았다.
그러나 핀란드 승무원 언니는 정말 쿨하게 너가해 ^^라고(영어로) 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아.. 북유럽 스타일은 이런 것인가 보다
기내 승무원에게 물을 떠 다 달라고 요청하는 게 무례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승객이 할만한 일은 스스로 해야 하는구나 했다.
그리고 문제의 오렌지주스..
식사와 함께 마셨던 오렌지주스가 약간 남았다. 나는 배가 불러 도저히 먹을 순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그대로 테이블 위에
올려두자니 좌석이 너무 비좁아서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가서 화장실 가는 길에 직접 버려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좁은 좌석을 통과하여 나가는 길에 실수로 앞 좌석 남성분(핀란드 분으로 추정)에게 오렌지 주스를 소량 흘려버렸다.
나는 너무 미안해서 즉시 사과했고 물티슈를 가져다주고 sorry sorry를 연발했다.
그리고 아저씨는 stupid girl이라 하며 엄청 역정을 내셨다. 정말 얼굴이 붉어지고 민망한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최대한 그 아저씨와 마주치기 싫어서 나머지 비행시간 내내 그냥 좌석에서 망부석이 되어버렸다..
정말 끔찍한 비행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 랜딩을 하였다.
오렌지 주스 해프닝 때문에 민망해서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화장실도 가기 싫어서 물도 거의 마시지 않았다. 몸은 지칠 대로 지치고 갈증은 점점 심해갔다.
하지만 갈증을 채우기도 전에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 수속을 밟고 바로 위베스킬라로 향하는 버스를 타야만 했다.
학교 측 버디(엘리)가 나를 위베스퀼레 버스 터미널에서 기다리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핸드폰 유심이 없었기에 시간을 꼭 맞춰야 했다. 그래서 바로 위베스킬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어야만 했다.
위베스퀼레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따사로운 햇빛과 갈증과 정확한 도착지에 내려야한다는 긴장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인천에서 헬싱키 9시간 헬싱키에서 위베스킬라 약 4시간 합쳐서 무려 13시간 이상 수면욕구와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위베스퀼레와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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